- 제목
- 여자 희곡 대사/ 불 좀 꺼주세요/ 여다
- 작성일자
- 2016.06.23
하나의 행동을 그저 단순한 말로 설명할 순 없습니다.
어떤 행동이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만큼 복잡하니까요.
우리들은 행동을 말로 설명하다가 막히게 되면 운명이란 말을
씁니다. 운명이 그렇다느니 그럴 운명인데 어떻게 하느냐니.
그러나 운명이란 말은 얼마나 과학적인 것이며 또 얼마나 비과학적 요소가 많은 말입니까?
어떤 사람이 88년 8월 8일 8분 8초 88대로를 건너다가 8 다시 8888승용차에 치어 죽었다고 칩시다.
8다시 8888승용차가 그 지점을 통과하기까지 얼마나 치밀한 과정이 필요했을 것이며 또한 길을
건너던 행인이 그 시각, 그 지점, 그 만남을 맞추기 위해 보폭, 속도, 코풀기, 눈비비기, 한 눈 팔
기,헛디디기, 양말올리기, 붕알 바꾸기 등 얼마나 치밀한 계산이 필요했겠느냐는 겁니다.
한 시간 전부터만 추적해 본다 할지라도 친척집을 나서다가 '그만 들어가시라'는 말을
한번만 더 했거나 덜했을지라도, 마주오던 여인의 댄싱간 스타킹을 뒤돌아 한번만 더 보거나 덜 보았을지라도,
흙탕물 튀기며 내빼는 택시를 향해 개새끼라는 말을 한번만 덜했거나 더 했을지라도 그 시각을 양쪽 다 피하지않았겠습니까.
그 모든 것을 과학으로 받아들이기엔 우린 너무나 많은 비과학적인 요소들을 발견할 수있습니다.
왜냐면 그것이 모두 과학이라면 그 반대의 비과학적 요소들도 모두 과학일테니까요.
그러나 우린 과학과 비과학을 합쳐서 과학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