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남자 연극 독백 / 북어대가리 / 운전수
- 작성일자
- 2019.05.21
사위 덕분에 편해서 좋군! (침대에 누운 채 허공에 손을 뻗쳐서 무엇인가 붙잡는 시늉을 한다. 그럴 때마다 마술처럼 허공에서 화투장을 잡아낸다.) 요즘 젊은 것들은 노름할 줄도 몰라. 돈을 잃으면 체념할 줄 알아야 하는데 말야, 딴 돈 다시 내놓아라 악을 쓰고 덤비거든. 노름은 역시 늙은 놈하고 해야 돼. 늙은 놈은 속이기도 쉽고, 뻔히 속은 줄 알면서도 항의조차 안 하지. 그나저나 우리 늙은 사위, 그 동안 창고지기 하면서 돈은 얼마나 모았을까? (허공에서 잡아 모은 화투장들을 배 위에 올려놓고 한 장씩 뒤집으며 운수점을 친다.) 가만 있자 오늘, 재수점이나 쳐보자구. 뭐, 그저 그렇군. 신통한 날이 아냐. (갑자기 트럭의 경음기 소리가 들린다.) 저런, 저런, 누가 장난하는 거야? (상반신을 일으켜 세운다. 화투장을 긁어 모아 소매 속으로 감추면서 창고 밖을 향하여 외친다.) 누구야? 함부로 운전대에 손대면 안 돼!